커리어 전환을 생각하게 된 계기 + 내 배경
고등학교를 졸업할 당시, 난 내 진로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학교에서 그나마 좋아했던 과목은 물리였다. 숫자를 공식에 넣고 계산을 하면 정확한 답이 나오는 것과, 세상에 (웬만한) 모든 움직임이 수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단순한 이유로 대학교에서 물리학과 통계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통계학은 대학을 다니다 중간에 부전공으로 선택했는데, 단순히 물리만 전공하는 것보다 두 가지를 전공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고, 통계학은 부전공 과목이 비교적 적어서 부담이 덜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연히 접하게 된 통계학은 생각보다 재미있었지만 당시에는 통계학 분야의 취업을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잠시 고민한 끝에 대학교 튜터 시절 가르치던 일이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교대를 택했다. 교대 졸업 후, 고등학교 교사로 3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가르치는 일의 보람을 느꼈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커져갔다. 내가 가르치던 학생들과 진로 고민을 나누면서 내 스스로의 커리어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잘 맞는 직업의 특성을 중점적으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난 꽤나 단순한 두 가지를 원했던 거 같다.
- 원격 근무가 가능 = 장소에 제한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 ⭐️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직업
이 두 가지 조건과 통계학 전공을 바탕으로, 당시 핫하던 데이터 사이언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것 저것 알아보다 보니 데이터 과학은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꽤나 많이 가지고 있는 거 같았다. 배울 것도 많아 보이고, 재택/원격 근무가 가능하며, 내가 물리학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인 숫자로 세상을 설명할 수 있는 분야였다. 게다가 데이터 사이언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때문에 의료, 마케팅, 뱅킹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가지고 있었다. (갈팡질팡하는 나에게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점..!) 그런 이유로 2019년, 긴 고민 끝에 데이터 과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새삼스럽게 난 참 단순하게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에선 물리가 재밌어서 물리학 전공을 선택했고, 대학교에서는 가르치는 일이 재밌어서 교직을 선택했고, 교사가 되니 통계학 전공을 살려보겠다고 데이터 분야를 택했다니.. 😅 원래 커리어 계획이 이래도 되는 걸까..? 이렇게 대충한 선택들로 잘 살아온 것에 새삼 감사하다.
대학원 공부로 커리어 전환 행동 실시!!
데이터 분야로 커리어 전환하기로 결심한 후,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데이터 과학자는 정식 학위가 필수적이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현재는 여러 대학에서 데이터 과학 학부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 현재에도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중에는 데이터 관련 학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도 흔하다.
유튜브, 블로그, 링크드인 을 통해 조사한 결과, 데이터 과학자가 되는 방법은 아래와 같이 나뉘어 있는 거 같았다.
- 온라인 강좌를 활용한 독학: 다양한 온라인 코스를 통해 데이터 과학 관련 지식을 습득 후,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실력을 키우기.
- 유료 부트캠프: 집중적인 교육과 포트폴리오 완성을 통해 데이터 과학 관련 지식을 빠르게 익히기.
- 대학원 과정: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으며 구직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
- +회사 내 트랜스퍼: 회사 내에서 데이터 관련 부서로 이동
당시 비전공 분야에서 일하고 있던 나에게 회사 내 데이터 분야로의 트랜스퍼 옵션은 해당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마케팅 일을 하며 데이터를 조금 다루던 사람이 회사 내 데이터 팀으로 이동하는 경우 등이 있다. 나는 프로그래밍 경험도 부족하고, 데이터를 깊게 공부해보고 싶은 욕구도 있었기에 석사 과정을 선택했다. 무료 코스를 활용해 공부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고, 그 상태에서 혼자서 이것저것 찾아가며 배우기에는 엄청난 동기부여와 자기 관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자신이 없었기에 유료 부트캠프와 석사 과정을 고려했지만, 어차피 돈을 내고 배운다면 탄탄한 석사 과정이 낫겠다는 생각에 석사 과정을 선택하게 되었다.
자세한 대학원 과정 정보는 아래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enn.tistory.com/55
결론적으로 이 석사 과정을 통해 나는 성공적으로 커리어 전환을 이룰 수 있었다. 석사 졸업생 vs 비졸업생으로 취업 과정을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했을 때 데이터 관련 학위가 있었던 게 취업에 도움이 된 것 같다. 면접 당시, 석사 과정에서 배운 과목들과 프로젝트 중심으로 내 스킬을 설명했다. 석사 과정 졸업생이란 이유로 아마 데이터 관련 기본 개념이 있을 거라 예상했을 수 도 있었을 것 같다.
데이터 분야로 취업 성공!
졸업 후, 개인적인 이유(이사, 비자 문제 등)로 인해 취업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수많은 인터뷰와 거절 끝에 한 마케팅 회사에서 데이터 컨설턴트로 일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주로 웹 분석과 데이터 시각화를 담당했으며, 비록 데이터 과학보다는 데이터 분석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일 자체는 즐거웠다. 매일매일이 다르며 대기업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선배들을 보며 앞으로 배울 게 많다는 점에 자극을 받았고, 웹 데이터 분석 도구는 매우 간단했지만 이를 클라이언트마다 다르게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또한, 마케팅, A/B 테스팅, 혼합 시장 모델링,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배울 것이 많고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 직무는 데이터 '과학'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었다.
데이터 분야로 커리어를 전환할 때 내가 원했던 두 가지 요구사항을 충족시켰음에도, 데이터 과학과 거리가 먼 직무에 안주하면 데이터 과학에 진입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도 천천히 링크드인과 취업 사이트를 매일 둘러보았다.
데이터 컨설팅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자리가 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다 눈에 띄는 일자리에 지원서를 넣었고, 첫 일자리를 구했을 당시 성공률을 생각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뜻밖에도 취업에 성공했다. 현재 나는 한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이전의 컨설팅 역할과는 많이 다르지만, 대학원 석사 과정을 시작했을 때 내가 원하던, 상상했던 그런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Python과 PyTorch를 사용하여 전문화된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매일 새로운 도전과 배움의 기회를 통해 데이터 과학자로서 성장하고 있다.
내가 느낀 점
아직 데이터 분야에 들어온지 일 년이 넘었고 데이터 과학자가 된 지는 일 년이 안 돼 가지만 여태 내가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다.
💭 #1. 데이터 과학자, 끊임없는 학습이 필수
데이터 과학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분야이다. 새로운 모델, 도구, 클라우드 기술 등 계속해서 등장하며, 데이터 과학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학습해야 한다. 나 또한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2021년에 개발된 모델을 사용하고 있으며, 최신 논문을 참고하여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다양한 멘토들의 도움을 받으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매번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는 분야이다. 데이터 과학자로서 성공하려면 끊임없는 학습이 필수적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힘들 수 있는 분야이다.
💭 #2. 아직까진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 과학자의 역할(?)
데이터 과학자 일 공고를 보면 같은 타이틀 아래에서도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데이터 과학자가 워낙 새로운 직종이다 보니, 하는 일이 회사마다 다르게 설정되는 것 같다. 내가 봤을 때 데이터 과학자의 역할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는 듯하다.
- 제품 중심 (product-focused) 데이터 과학자: 머신러닝 엔지니어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며, 머신러닝 모델 개발 및 구현이 주 업무. DevOps, Git과 같은 컴퓨터 과학 및 프로그래밍 기술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보임.
- 비즈니스 중심 (business-focused) 데이터 과학자: 데이터 시각화, SQL, 비즈니스 분석 능력이 중요하며, KPI에 맞춘 모델링 및 분석을 수행함. 비즈니스 이해도가 높아야 하는 듯! 데이터 분석가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현재 나는 제품 중심 데이터 과학자에 가깝지만, 비즈니스 분야의 데이터 과학자도 관심이 간다.
the grass is greener on the other side 🌱✨
💭 #3.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
원격 근무가 가능하더라도 세상과 단절된 채 일할 수는 없다. 데이터 과학자도 마찬가지이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에만 매달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데이터 과학자 공고에 항상 포함되는 항목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협업을 위해서는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며, 비즈니스 관련 업무를 할 때는 데이터와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결과를 설명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다. 이때 커뮤니케이션 스킬의 중요성이 크게 느껴진다.
특히 컨설팅 회사에 있을 때 이러한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웹사이트 데이터로 대시보드를 요청한 클라이언트와 첫 미팅을 했을 때, 머릿속의 간단한 포인트 하나하나를 말로 풀어내려니 설명이 엉키고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복잡한 결과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클라이언트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WHY 또는 개인적인 목적을 파악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신 있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내가 교사 시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조금 늘린 스킬인 것 같다. 어려운 개념도 쪼개고 쪼개서 쉽게 설명하는 연습이 자주 필요하다.
미래 목표
물론 일이 항상 즐겁지는 않다. 월요병도 엄청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내 커리어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로 전환한 결정에 후회는 전혀 없다. 매일 일을 하며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잠자리에 들 때도 만족스럽다.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가 워낙 넓다 보니 내 커리어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계약직이라 다음 단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자주 생각하게 된다. 요즘은 가볍게 링크드인을 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현재는 비즈니스 중심의 역할에 마음이 기울고 있다. 데이터 과학도 좋지만, 앞으로 커리어를 쌓아 나가려면 비즈니스 위주의 역할이 유리할 것 같다. 이를 위해 앞으로 성장해야 할 스킬들이 명확하게 보이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무리
아직 1년 차에 불과하지만, 배울 것도 많고 갈 길도 멀다. 앞으로의 여정이 더욱 기대되며, 꾸준히 성장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줄 것이다. 이 블로그를 통해 생각과 과정을 계속 기록할 예정이다.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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